미래를 밝히는 모빌리티 램프 디자인
2024년 1월
모빌리티의 램프란
램프는 시야를 밝히면서 운전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다. 기름을 사용한 초기의 램프는 조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기, 전자 기술을 활용한 램프로 발전했고 이에 따라 밝기와 수명 등이 개선되었다. 빛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조절됨에 따라 불필요한 빛의 산란을 줄여 빛 오염을 줄이며, 램프의 소재도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경량화에 유리한 소재로 대체되고 있어 친환경성이 향상되었다. 또한 램프는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크기와 모양, 그릴과의 조화 등에 따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빛의 양과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시되고 있다. ‘운행 중’ 빛을 밝히는 목적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램프가 ‘충전 중’ ‘다이나믹 웰컴 라이트’ 등의 상황에서도 역할을 한다. 램프는 이렇게 운송수단이 등장한 시대부터, 다채로운 기능을 갖추며 혁신적인 형태로 발전해 왔다.
호롱불부터 LED까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자동차는 석유와 아세틸렌 램프를 사용했다. 빛이 생기며 어두운 환경에서 차량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운전자의 시야가 개선되었다. 조도가 낮고 수동으로 점등해야 했지만, 램프의 등장으로 자동차의 존재와 안전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1913년 독일의 Bosch에서 자동차 엔진용 발전기를 발명하고 1925년 Mercedes-Benz와 전구 회사 Osram이 공동으로 자동차용 전구를 개발하며 1920년대에는 전기를 사용한 필라멘트 전구를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조명이 필수화됨에 따라 미국은 43년간 헤드램프 규격을 표준화했다.
1970년 석유 파동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찾아오며 각국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무게와 부피가 적은 엔진을 탑재한 쐐기형 디자인의 차와 함께 할로겐 램프의 사용성이 부각되었다. 전구 속에 채워진 할로겐 가스에 전기를 통하게 해 빛을 내는 할로겐 램프는 기존의 필라멘트 전구 램프보다 높은 발광 효율을 가졌다. 또한 비가 오거나 안개가 많이 낀 악천후에 우수한 시인성을 보여주었다.
HID 램프는 BMW에서 최초로 사용하며 등장했다. 198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난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1990년대 초반을 지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차량에 적용되었다. HID는 제논 등의 불연성 가스와 전기를 사용한 방식으로 긴 램프의 수명과 푸른색에 가까운 백색 빛, 높은 광도가 특징이다.
LED 램프는 1990년대 말부터 자동차용 광원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헤드램프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기존 할로겐 램프보다 전력 효율이 우수할 뿐 아니라 60%에서 70%까지 크기 축소가 가능해 표준화를 벗어나 섬세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다. 슬림화 및 모듈화에 유리하며 다양한 신기술과 신소재를 이용할 수 있어 외관 스타일링의 자유도도 자연스럽게 향상되었다.
모빌리티 램프의 역사
첨단 광학 및 소재 기술의 집약
2015년 7월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DRL(Daytime Running Lamp, 주간주행등)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낮에도 주행등을 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다. DRL은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 가변형 전조등 시스템), HBA(High Beam Assist, 상향등 보조 시스템), IFS(Intelligent Front-lighting System, 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 High Beam Assist(하이빔 어시스턴트) 등 램프 기술이 세분되고 폭넓게 발전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BMW 등 고급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레이저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LASER) 기술을 사용하기도 하다. 레이저 램프는 LED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반으로 줄이지만, 상향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소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금속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PBT와 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베젤에 사용하여 경량화하면 직접적인 연비 개선으로 환경 보호에 큰 효과가 있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이 아닌 바이오 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하우징이나 부품 보호를 위한 표면에 사용할 수도 있다.
소비가치 변화와 개인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카메라와 센서를 통합한 지능형 램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기업에서는 기술적 차별화 외에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능성, 효율성, 안전성 등의 가치에서 개인적 취향과 정서적 만족 등 감성적 판단 기준으로 소비 가치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Kia는 EV9에 8가지 DWL(Dynamic Welcome Light) 애니메이션 옵션을 소비자가 개인화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인트를 뿌린 후 패턴 부분을 레이저로 태워 벗겨내는 기술을 사용해 점등되면 패턴에서 빛이 들어온다. 이처럼 제품을 ‘선택’하며 소비자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미래의 램프는 소통하고 움직인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브랜드에서 다양한 램프 기술을 적용한 콘셉트카 및 양산 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의 램프 발전 방향성을 알 수 있다.
Volvo의 EX90 (2023)은 상 하단 모듈이 나뉘며 숨겨진 프로젝션 램프가 나온다. 13,000화소의 LED가 다양한 조사 패턴을 만들어 다른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전방을 밝고 멀리 비춰준다. 효과를 통해 사용자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차량이 자신을 반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udi의 A6 e-tron (2021)은 애니메이션을 선택하도록 130만 개의 초소형 거울로 구성된 헤드라이트가 영사기처럼 작동한다. 사용자는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하는 램프를 활용해 주변 상황과 상호 작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
Lucid motors의 Air (2021)는 조명을 수천 개로 나눠 필요한 부분만 밝게 비춰주는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icro Lens Array) 조명 기술을 적용했다.
이외에도 Volkswagen의 IQ Light (2018), Mercedes-Benz의 Digital Light (2016), DS Automobiles의 DS7 (2018), GAC의 Space concept (2022), Time concept (2021), Trumchi emkoo concept (2021), Human Horizon의 Hiphi X (2021) 등 변화하며 효과를 만들어 내는 램프 디자인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모빌리티 램프 역할의 확장
그렇다면 왜 기업에서는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램프를 선보이고 있을까? 존재와 의사를 표현하고 안전의 기능을 하는 램프가 미래에는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맞춤형 편의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미래의 램프를 활용해 모빌리티의 기능성과 라이팅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적극적인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존에 중요한 요소였던 안전과 편의성을 더욱 효율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에너지와 공간 효율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램프는 더 밝고 정확히 비춰주는 용도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다른 사람 간, 사용자와 사물 간의 상호작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는 타 운전자, 대중교통, 소형 이동 수단 (바이크, 스쿠터, 자전거, 킥보드), 긴급차량, 교통 약자, 반려 동물 등 다양한 대상과 소통할 수 있으며, 주정차 중일 때는 귀갓길이나 차량 사고로 인한 위험 상황, 도로 또는 충전소, 주차장 등 환경 및 상황 별로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복합적인 인터랙션의 구현
인터랙션(interaction)을 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는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언어 이외에도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를 함께 사용해 상대방의 의미를 알아차리곤 한다. 제품이나 기계 등 사물과 상호 작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지되어 있는 시각적 요소와 함께 다양한 효과적 요소를 통해 사용자에게 특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램프의 인터랙션 요소
또한 빛은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감성적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밝고 어두움, 점등과 점멸, 선명함과 흐림, 입체와 평면, 크고 작음, 단순함과 복잡함, 멀고 가까움, 색상의 변화와 같은 요소는 사용자, 타자, 사물 간의 소통에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옅고 부드러운 빛은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선명하고 강한 빛은 주의를 끌 수 있다. 색상 변화는 경고 신호나 긴급 상황을 강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주행 모드, 주차 모드 등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개인화된 라이팅 효과를 설정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램프에 사용되는 딱딱한 플라스틱, 유리, 알루미늄이 아니라 신축성이 있는 고무를 사용하거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소재와 기술을 활용한 방식으로 디자인의 자유도가 증가하고 빛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사용자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받게 된다.
램프의 효과적 구현을 위한 스마트소재, 적층 제조 접목 방식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램프 디자인
미래 모빌리티에서 램프는 주변 복합 기술과 함께 더욱 능동적인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 개입할 것이다.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호나 문자 메시지를 표시하는 대화형 LED 패널을 차량 측면이나 후면에 장착해,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정지하려고 할 때 보행자 아이콘이 나타나거나 사각지대 위험 요인 인식 후 보행자에게 미리 경고해 줄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신체 언어를 모방하여 눈 깜빡임, 윙크, 손짓 등을 활용하는 것도 외부와 소통하는 방법이다. 동작에 대한 고유한 음향 신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소리는 혼잡한 도시 환경에서 명확하게 들리지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인터랙티브 라이트 시스템은 신호 체계와 연동되어 주변 상황을 알리며, 후미등이 특정 패턴으로 깜빡이게 하거나 보행자가 눈부시지 않도록 헤드라이트 강도를 스마트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방향 지시등은 회전의 긴급성에 따라 속도가 증가하거나 색상 강도가 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AR 기기와 같은 스마트 장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될 보행자를 위해 이러한 장치로 볼 수 있는 차량 속도, 방향, 운전자의 주차 의도 등의 정보를 포함한 신호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기술과 더불어 램프와 소통하는 각각의 대상을 배려한 섬세한 방식이 필요하다. 교통약자의 경우 시각 장애인은 빛을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램프를 사용한 시각적 전달뿐만 아니라 음향적인 신호나 진동, 터치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가 많아 도로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안전 메시지를 담은 음성 신호를 내보내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시야가 좁아지거나 능동적인 반응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간단하고 명확한 빛의 변화로 차량의 상태를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고,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해 환경에 대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램프가 인프라와 상호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도로 표지판 정보를 수신하거나 도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인 후 운전자에게 전달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다른 차량과 통신해 차량 간 거리, 주행 속도, 방향 등을 주고받아 사고 가능성을 감지하거나 회피하는 등의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자율주행 상황에서는 램프가 상태를 시각적으로 알려 주변 차량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운전자가 호출한 차량임을 확인하거나, 타인을 위해 호출된 차인지 확인할 때는 특정한 패턴이나 색상 등 개인화된 신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램프는 미래 모빌리티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조명 수단을 넘어, 개인화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오감을 활용해 상호 작용하는 인간의 소통 능력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지능형 디바이스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다.